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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리모 출산기

미국 대리모 찾기 3 - 현실과 생각

by myrainbowbaby 2020. 12. 9.

이렇게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의 대리모 도전기를 한국어로 쓰게 된 것은 한국에서 방영됐던 한 TV 프로그램 때문이다. 

 

작년쯤인가, 

한국의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대리모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예전 같았으면 관심도 두지 않았을 주제였는데, 뉴욕에서 대리모로 아이를 갖기 원하는 내 입장에서 흥미로웠고, 바로 클릭해서 두 편을 연달아 순식간에 봤다. 

 

한국의 대리모에 대한 인식과 대리모법의 부재를 말하기 전에 앞서, 미국에서 대리모를 모집하는 과정을 설명해야할 것 같다. 한국의 불임부부와 대리모를 찾는 과정,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기까지의 여정을 보니 대리모를 찾는 부부도, 대리모를 자처하는 여성도, 대리모 출산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도 너무나 안타까운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리모 에이전시의 대리모 선별 요건
(내가 계약한 C 에이전시를 기준)

- 대리모의 신체조건 : 대리모 신청자는 21~41세로 건강한 출산경험이 있어야 하며, 임신을 하고 유지시켜나갈 수 있는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함. 

- 대리모의 경제적 조건 : 대리모는 파트너(배우자 혹은 동거인 등)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함. 파산했거나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정부의 보조(정부 지원금, 정부 지원 주택 거주 등)를 받을 경우 대리모 지원 불가

- 대리모와 대리모 가족의 정신건강 조건 : 대리모는 물론이며 대리모의 배우자 혹은 동거인이 정신질환이 없으며, 편안하고 안정적인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건강 유지. 가족이 정서적으로 예비 대리모를 케어하고 지지해주어야 함.

 

 

대리모를 선발하는 조항은 매우 세세하고, 까다로운데 크게 나누자면 위의 세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 안정적인 경제적 상황.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만 대리모 신청자는 대리모 에이전시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심사는 대리모 신청자의 임신과 출산관련 의료기록, 신용조회, 범죄기록조회, 소셜워커의 가정방문을 통한 인터뷰 등을 통해 진행된다. (이게 1차 심사다)

 

내가 이용한 대리모 에이전시 측의 이야기론 한달에 대리모 신청자가 천여 명이 되지만 이 가운데 실제 대리모가 가능한 조건을 갖춘 경우는 열 손가락에 꼽는다고 했다. 단순히 돈이 궁핍해서 자궁으로 장사를 해보겠다는 마음이라면 애초에 대리모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리모의 자격을 갖춘 예비 대리모는 앞서 1편과 2편에서 다룬 것처럼, 대리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가족을 직접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모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는 커플(혹은 개인)과 대리모, 대리모 가족은 동등한 입장에서 양측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인 '계약'을 한다. 그리고 양측이 크고 작은 조건들을 세세하게 조율한 뒤 계약서에 서명하고, 그 계약을 이행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 

계약 성사의 뒤에는 생명의 탄생을 간절히 원하는 이와 이 꿈을 이뤄주고 싶은 여성, 그리고 중단에서 다리를 높아주는 에이전시만 존재한다. 

 

내가 긴 이야기를 이렇게 늘어놓는 것은 대리모와 상업적 대리모를 찾는 이들을 바라보는 답답한 시선 때문이다. 마치 대리모를 자처하는 여성을 삶의 벼랑 끝에서 자궁을 팔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으로 치부한다던가, 양계장에서 알 낳는 닭처럼 여기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아이를 품어준 대리모가 부활절날 사진 한장을 보내왔다. 

아이가 셋인 쉘비네 부부는 부활절 아침 아이들을 위해 식탁위에 작은 선물을 올려두었다. 한국돈으로 1~2만원 하는 작은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찍어 나에게 보내며, 쉘비는 우리가 너네 부부에게도 이 행복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남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큰 용기를 내준 세상의 많은 대리모들의 따뜻한 마음을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모두 얼굴 생김이 다르듯 모두가 나만의 시간표대로 나의 인생을 살아간다. 좌절하는 대신 길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용감한 사람들의 선택을 입맛대로 평가하는 불편러들에게 본인의 삶이나 먼저 돌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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