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리모 출산기

대리모의 신체검사와 첫만남

myrainbowbaby 2023. 1. 30. 13:57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리모 부부와 우리 부부의 첫만남 날이다.

대리모 부부는 배아를 이식할 커네티컷주의 병원을 방문해 정신과 의사를 만나 오전에 우리 부부와 함께 정신건강 진단을 받고, 오후에는 배아 이식에 적합한지 여부 판단을 위해 심체 검사를 하게 된다. 대리모 에이전시는 우리가 화상이 아닌 대면 만남은 처음이니 어색함도 없애고 좀 친해지라며 병원 방문전 함께 아침 먹을 것을 권했다. 

 

대리모 부부는 건강 검진 하루 전 병원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신체검사를 받은 당일 다시 테네시주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시간이 없어서 같이 아침을 못먹는다는 핑계는 댈수 없다.

호텔과 병원 그 사이 어디쯤 아침을 먹을 만한 식당을 검색해 약속을 잡았다. 병원 약속은 오전 9시. 아침 약속은 8시로 잡았다. 

 

2019년 9월 19일 오전 8시.

사진에서만 봤던 커플이 내 눈앞에 서있다. 아침공기가 쌀쌀했고, 커네티컷의 가을은 예쁘게 물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처럼 어색했다. 어제 비행은 어땠는지, 아이 셋은 지금 누가 돌보고 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색한 공기가 사라지고, 약속했던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끝이 났다.

 

우린 난임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병원에서 추천해 준 정신과 의사와 상담이 있다. 상담은 우리 부부 상담, 대리모 부부 상담, 그리고 우리 부부와 대리모 부부까지 4명이 함께 들어가는 상담으로 총 3개 세션이다. 정신과 의사는 이 모든 상담을 통해 우리 부부와 대리모 부부가 대리모를 진행해도 될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어느 한쪽이라도 정신과적 소견으로 문제가 될 것 같다면, 대리모 프로젝트는 성사될 수 없다. 

 

상담은 편안하게 진행됐다. 나와 남편이 받은 상담에서 정신과 의사는 왜 우리가 대리모를 결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쉘비네 부부를 대리모로 선정하게 된 이유 등을 물어보았다. 의사가 한 질문은 이미 우리가 스스로에게 수백 수천번 묻고 답했던 내용들이라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넷이 모인 그룹 상담에서 나와 쉘비는 수도꼭지가 열리고 말았다. 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내 자신의 처지와,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누군가의 딱한 사정에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해준 부부를 마주하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실 슬픈 마음보다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여차저차 우리의 정신과 상담은 모두 마무리가 됐고, 의사샘은 수일 내로 리포트를 작성해 에이전시 측에 제출하겠다고 말하며, 1000달러를 청구한 후 병원을 떠났다. (의사는 난임 병원 소속이 아니라 대리모 신체 검사날에 맞춰 병원을 찾아와 상담을 진행했다.)

 

우린 함께 점심을 먹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 부부가 할일은 모두 끝났다. 대리모 부부는 이제 난임병원에서 신체 검사를 받는다. 부부의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리모의 질 초음파 등이 진행됐다. 이밖에 꼭 접종해야할 예방접종을 마쳤는지도 확인한다. 즉, 남의 배아를 이식받을 신체적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오전은 정신적 준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에 대리모 부부와 우리 부부의 혈액(아마 소변이었을지도 ㅠ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검사 결과도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 부부 입장에서는 타인의 몸에 우리의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고, 대리모 부부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생명을 키워내야 하는 것이라 FDA가 건강한 사람들인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한다. 

 

우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담당 의사로부터 전화한통을 받았다. 대리모 부부가 모두 좋은데, 대리모의 자궁에서 폴립이 발견되었다며,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폴립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주었다. 

 

이제 이식만 남았겠다 생각했는데, 또 다시 허들 하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