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도전

5일 배양 배아 유전자 검사와 냉동

myrainbowbaby 2020. 8. 17. 11:39

시험관 과정은 긴장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난자채취 후, 병원으로부터 5일 배양된 배아들 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큰 시험의 성적 발표를 앞둔 것 같았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생각하면 이건 학기초 월말고사쯤인데 말이다. 

 

병원으로 부터 10개 수정란 중 5일까지 살아남아 배아 유전자 검사인 PGS(PGT-a) 테스트에 보낸 갯수는 8개라는 소식을 받았다. 유전자 검사를 위해 샘플 채취를 마친 8개 배아는 모두 동결됐다. 

 

PGS 검사는 배아세포의 일부를 떼어내어 염색체가 정상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배아 샘플의 염색체 갯수가 46개고, 길이와 배열이 정상적인지를 알아보는 검사다. 임신 초기에 유산되는 것이 염색체의 원인이 많다고 한 만큼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고자 하는 우리로서는 PGS가 임신과 건강한 아이의 출산확률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시험관 시술과 약값은 내 보험으로 커버가 되었지만, 유전자 검사는 보험 청구가 되지 않는 항목이다. 병원에서 샘플 채취를 위해 배아세포를 떼어내는 비용(biopsy)을 청구했던것 같은데 얼마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NYU Fertility Center는 배아의 유전자 검사를 외부 업체에 의뢰해 진행한다. 우리는 CooperGenomics라는 검사 업체에 8개 배아 검사 비용으로 1,650달러를 지불했다.

 

또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이번엔 유전자 검사를 통과한 정상 배아의 갯수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난자채취가 많이 되고, 5일 배양 배아 갯수가 여러개라도 정상 배아 갯수가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걱정이 됐다. 

 

PGS 검사를 실시한 배아갯수와 여성의 연령에 따른 정상 배아 존재 확률 (출처: CooperGenomics/Genesis Genetics)

위의 표는 검사를 실시한 배아의 갯수와 난자채취한 여성의 연령별로 정상 배아를 최소 1개라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나타낸 표다. 

내 연령대는 33~36세, 검사를 실시한 배아 수는 8개로 1개 이상의 정상 배아를 얻을 확률은 100%다. 검사 결과 기다릴 때 이 표를 봤으면 좀 마음이 놓였을 텐데, 미리 못본게 좀 아쉽다. 

 

몇일이 흐르고, 드디어 D-day. 전화가 왔다. 정상 배아수 3개, 모자이시즘(정상세포와 비정상세포가 섞여있는 경우, 착상 후 정상적 태아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함) 1개, 나머지 4개는 염색체 이상으로 비정상 판정을 받았다. 불합격된 4개의 배아는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에겐 3개의 정상 배아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PGS 검사를 진행하면 배아의 성별도 알수 있다. 전화를 받았을 땐 너무 경황이 없어 성별이나 모자이시즘 배아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질 못했다. 배아에 대한 자세한 유전자 검사 정보는 향후 대리모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면서 받아보게됐다. 

 

PGS 검사 결과 예 (출처 : https://geneticsandfertility.com/preimplantation-genetic-screening-for-all/)

위에 표는 유전자 검사 후 검사 의뢰인이 받아볼 수 있는 결과지다. 온라인 상에서 샘플을 가지고 온 것인데, 보다시피 배아별로 정상여부와 성별은 물론, 비정상 배아의 이상 염색체 부분까지 알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자세하게 알아보는 것을 좋아해서 결과지를 받았을 때 속이 다 시원한 느낌이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국은 PGS 검사 후 원하는 성별을 이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땐 미국의 불임 난임 산업이 진짜 '비즈니스' 같다는 느낌이다.

 

PGS 검사는 가격이 비싸고,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검사를 위해 세포 일부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배아에 해를 줄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염색체가 유산, 건강한 아기의 출산과 절대적 연관성이 있는 만큼 향후 시간과 비용, 감정노동, 몸 고생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스마다 최선의 결정이 따로 있는 만큼, 의사와 꼭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